파리협정 10년, 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전략

기후위기 대응,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THE CSR ESG Issue Brief | vol.9 | October 2025

SUMMARY
  • 파리협정 10년, 선언은 끝났다…이제는 ‘이행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
  • 한국, CCPI 비산유국 최하위…‘기후 악당’ 오명 벗기 위한 실질적 전환 시급
  • 탄소중립기본법 개정·배출권거래제 강화…정부 규제는 ‘채찍과 당근’ 병행
  • 기후위기는 리스크이자 기회…감축 투자·기술혁신이 기업 생존의 분수령
파리기후협정 10주년 로고 paris agreement 10th anniversary logo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아 프랑스와 브라질이 공개한 기념 로고

기후위기, 720조 원 기업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기후솔루션의 최근 보고서1는 한국 10대 배출 기업이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피해에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과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이미 약 161조 원의 폭염 손실 기여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별도의 기후 대응 조치 없이 현행 정책이 유지될 경우 그 부담 규모는 2050년까지 약 720조 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손실 기여액은 300조 원 수준으로 억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곧 탄소 감축 이행 여부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직결되는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기후위기가 기업에 미치는 압력은 크게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리적 리스크는 폭염, 홍수, 해수면 상승 등 이상 기후로 인한 공급망 붕괴, 생산시설 손상, 물류 차질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단기간에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환 리스크는 탄소가격제 도입, 무역 규제 강화, 투자 위축, 그리고 사회적 평판 악화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리스크는 기업 경영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자원 고갈은 기업 운영 비용을 가중시키고, 자연재해는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을 유발합니다. 동시에 강화되는 정부 규제와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요구는 기업들에게 대규모 전환 투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수소, 재생에너지, 친환경 제품과 같은 신산업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시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투자자, 소비자,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브랜드 가치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기술 혁신과 효율성 제고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곧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파리협정 10년, 한국 기후정책은 분수령에 서 있다

올해는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한 파리협정(2015년 12월 채택, 2016년 11월 발효)2 1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는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를 넘어선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기후위기는 더 이상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에서 2025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 산불, 홍수 등이 이어지면서 수천 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한국 역시 폭염, 집중호우 등으로 국민 안전과 산업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직결되는 현재적 위기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후 대응 수준은 국제적으로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24년 11월에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3에서 한국은 64국 중 63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보다도 낮은 순위이며, 사실상 비(非)산유국 중 최하위에 해당합니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행 수준과 정책 성과는 국제적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의 국제적 신뢰와 위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 대응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할 경우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가 고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과감한 정책 전환과 충실한 이행을 통해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후위기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은 지금은 한국의 기후 정책을 재점검하고 실질적 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분수령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배출권거래제 강화, 정부의 ‘채찍과 당근’ 전략 본격화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 중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하는 한편 세제 혜택, 보조금, 기술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동 위원회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내년 2월까지 국회에서 재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를 통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새롭게 설정될 예정입니다. 개정안에는 단계별 감축 목표 또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2030년 35%, 2035년 60%, 2040년 80%, 2045년 95% 감축이라는 로드맵은 기술적 난도를 고려해 설계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기술 성숙도가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감축을 추진하고, 이후에는 기술 개발과 대규모 시설 투자로 속도를 유지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는 세계 주요국이 채택한 ‘초기 감축 가속 전략’과 궤를 같이하며, 한국도 장기적으로 유리한 경로를 따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동시에 내년 시행을 앞둔 제4차 배출권거래제의 강화를 위해 관련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환경부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배출권거래제도(K-ETS)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배출권거래제 유상 할당 비율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입장은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배출권거래제는 느슨한 규제와 제도 미비로 인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으므로, 이제는 시장을 정상화하고 기업이 중장기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안정적인 가격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감축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에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부담과 보상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대응은 규제 강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와 동시에 지원·보상의 병행이라는 ‘채찍과 당근’ 전략으로 요약됩니다. 이는 산업계가 단기적 부담을 넘어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환 투자를 가속화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기업이 지금 착수해야 할 핵심 전략 5가지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절대 과제입니다.
결국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은 단편적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책·시장·금융·기술·리스크·거버넌스 전 영역에서 경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과 환경 보호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때, 기업은 기후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기후위기 시대, 실행이 곧 경쟁력

기후위기 대응은 선언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목표만 내세우고 실행이 따르지 않는다면 기업은 투자자와 고객, 정부 모두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그린워싱 비판에 노출될 경우 기업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감축 투자와 적응 전략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고, 기후위기를 혁신과 성장의 발판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동시에 요구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과 제도 개편은 기업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입니다. 기업은 이를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 실행 전략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속도가 곧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는 기업만이 기후위기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기업은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휘청이며 뒤처지는 기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후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이 될 것인지입니다. 선택의 순간은 이미 다가왔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지금이 바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1. 1.‘기후 위기,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가: 한국 10대 배출 기업의 폭염 손실기여액 분석’, 기후솔루션, 2025.8.11.
  2. 2.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동참하겠다며 파리협정에 합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밑으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은 인류 공동 과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인 탄소 중립은 전 세계의 공동 목표로 자리 매김.
  3. 3.기후변화대응지수는 독일의 비영리연구소인 저먼워치(GermanWatch), 뉴클라이밋 연구소(NewClimate Institute), 세계 기후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 Climate Action Network)가 함께 매년 각국의 기후 대응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사용,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즈음해 내는 보고서로 2005년부터 발표.
  4. 4.‘Global Landscape of Climate Finance 2025’, Climate Policy Initiative, 2025.6.24.
  5. 5.한계감축비용곡선(MACC, Marginal Abatement Cost Curve):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통해 1톤의 CO₂(또는 CO₂ 환산량)를 줄이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기준으로 감축 수단들을 정렬한 그래프. 즉, “어떤 감축 방법을 얼마만큼 적용할 때, 톤당 감축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구.

더씨에스알 ESG 브리프는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실행에 필요한 글로벌 핵심 이슈를 분석해,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THE CSR ESG Research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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