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화폐, ESG 데이터

글로벌 기업이 선택한 데이터 관리·활용 전략

THE CSR ESG Issue Brief | vol.7 | September 2025

SUMMARY
  • ESG 전략, ‘양’보다 ‘깊이’가 승부처…유형별 진단으로 실행력 높인다
  • 리스크 대응형·성과 중심형, 외부 요구와 정량 성과에 그쳐 한계 드러내
  • 전략 연계형·ESG 내재형, ESG를 비전·철학에 통합해 혁신과 성장 견인
  • 자사 ESG 성숙도에 맞춘 맞춤형 전략과 조직문화·리더십 강화가 관건

ESG 전략 유형 진단 = ESG 실행력 제고의 출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방식은 기업의 산업 특성, 규모, ESG 성숙도, 경영진의 철학, 이해관계자의 기대, 내부 역량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ESG 전략은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기업 상황에 맞춘 유연하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수립되어야 하며, 조직 구조와의 연계, 리더십과 성과관리 체계에 ESG를 통합하는 수준에 따라 유형화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입니다. 이러한 유형 분류는 기업이 자사의 현황과 전략적 목표에 맞는 ESG 접근 방식을 선택하고, ESG 경영을 점진적으로 내재화해 나가는 데 구체적인 실행 방향을 제시합니다.
특히 지속가능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앞둔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 자신이 위치한 ESG 경영 유형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적 발전 방향을 설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유형별 분석 틀은 기업이 단순 대응을 넘어 ESG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효과적인 길잡이 역할을 하며, ESG를 기업 경영 전반에 통합하기 위한 실질적인 실행 기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ESG 경영 4개 유형: 특징과 사례를 중심으로

ESG 경영의 유형은 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본 분석에서는 기업의 ESG 전략이 경영 전반에 얼마나 통합되어 있는지, 그리고 ESG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즉, 전략과 조직구조에의 통합 수준, 그리고 성과관리 및 리더십을 통한 가치 창출 정도를 중심으로 유형을 정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ESG 경영을 분류한 이유는, ESG가 단순히 실행 여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반에 얼마나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지와 이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진정한 ESG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축은 ESG가 조직 내에 얼마나 체계적으로 뿌리내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핵심 기준이 되며, 이를 통해 기업은 ‘리스크 대응형’, ‘성과 중심형’, ‘전략 연계형’, ‘ESG 내재형’이라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 유형은 고유의 특성과 한계를 가지며, 이에 따른 발전 방향도 다르게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ESG 경영 유형별 특징, 주요 과제, 그리고 향후 발전 방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기업들이 자사의 현황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ESG 전략 수립을 위한 길잡이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전략 통합
가치 창출

1. 리스크 대응형(Risk Responsive Type) : 규제 대응, 외부 요구 수용, ESG 인식 부족

‘리스크 대응형’ 기업은 ESG에 대한 이해와 내부 실행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ESG를 주로 규제 준수나 거래처 요구에 대한 수동적 대응으로 인식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ESG를 처음 도입하는 조직에서는 ESG를 비용 부담 요소로 여기며, 핵심 경영 전략과는 별도로 최소한의 활동만 수행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경영진 역시 ESG가 단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인 통합보다는 기초적인 보고서 제출이나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평판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는 ESG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접근 방식입니다.
사례

E사는 ESG를 경영 전략의 일부가 아닌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만 인식해온 전형적인 ‘리스크 대응형’ 기업입니다. 수년간 기후변화 과학을 축소·부정하며, ESG 활동도 규제 대응과 소송 방어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탄소중립 선언이나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조차 부재한 채, ESG는 핵심 비즈니스와 철저히 분리되어 운영되었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ESG 관련 주주 제안에 법적 대응을 시도하고, ESG 투자 흐름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기업 철학과 ESG 간의 단절이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전략적 기회 상실, 투자 유치 실패,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배제 등 심각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SG가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되지 않으면 투자 대비 수익(ROI)이 낮고, 브랜드 가치, 고객 충성도, 인재 확보 등에서도 불이익을 겪게 됩니다. 더욱이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조달 기준이 ESG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리스크 대응형 전략은 시장 접근성 저하와 자본 비용 상승이라는 재무적 불이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ESG의 중요성과 장기적 가치 창출 가능성에 대한 교육과 인식 제고가 우선되어야 하며, ESG 전담 조직의 설치, 기초 데이터 수집 및 보고 시스템 구축 등 기반 체계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더불어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ESG 로드맵을 수립해 전략과의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ESG 교육 등을 통해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며 조직 전반에 ESG 문화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2. 성과 중심형 (Performance Driven Type) : 정량적 관리 용이, 투자자 대응, KPI 기반 실적 관리

‘성과 중심형’ 기업은 ESG를 기업 철학이나 비전보다는 정량화 가능한 경영성과의 일부로 인식하며, 이를 KPI와 연계해 실적 중심으로 관리합니다. 글로벌 투자자, 고객사, 금융기관 등이 요구하는 ESG 데이터를 투명하게 정량화해 보고하고, 이를 통해 투자 유치 및 평판 관리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이미 성과관리 체계가 잘 구축된 기업일수록 ESG 또한 효율적으로 통제 가능한 관리 항목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러한 접근은 주로 글로벌 상장사나 수출 중심의 대기업에서 두드러집니다. 이들에게 ESG는 기업 철학의 확장이기보다는, 외부 신뢰 확보와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사례

N사는 ESG를 철학적 가치보다 실질적 성과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성과 중심형’ 기업의 대표 사례입니다. 온실가스 감축률, 공급망 감사 비율, 재생 농업 확대율 등 핵심 ESG 지표를 전사 KPI로 설정하고, 이를 부서 평가 및 임원 보상에 직접 연계함으로써 실행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약 20% 감축하고, 93.5% 이상의 주요 공급업체가 산림 훼손 방지 인증을 획득하는 등 구체적이고 정량화된 성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또한 ESG 데이터를 외부 감사 및 공시에 활용해 이해관계자의 신뢰 확보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아직 ESG를 기업 철학이나 장기 전략에 완전히 통합한 수준은 아니며, 전략적 내재화보다는 성과 중심의 실무 관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전환기적 모델로 평가됩니다.

‘성과 중심형’ 전략은 ESG를 정량적 실적 관리 항목으로만 접근함으로써, 기업문화 개선이나 이해관계자 신뢰 구축과 같은 정성적 가치가 소외될 위험이 큽니다. 이로 인해 ESG의 본질이 조직 전반에 내재화되지 못하고, 지속가능경영으로의 전환이 지연되며, 보여주기식 대응이나 일관성 없는 전략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외부에는 성실히 데이터를 공시하더라도, 내부 전략과 충분히 연계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특히 수치 중심의 ESG 관리는 소비자·투자자·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그린워싱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ESG 철학과 기업 가치를 보다 긴밀히 연결해,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 지속가능성과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ESG 기반의 리더십 개발과 조직문화 확산을 통해 내재화를 강화하고, 정량화가 어려운 사회적 가치와 거버넌스 영역에 대한 정성적 평가 체계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단순한 실적 보고를 넘어,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신뢰를 구축하는 소통 전략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ESG 경영은 비로소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3. 전략 연계형(Strategic Alignment Type): 미래 전략과 연결, 리스크 회피 및 기회 포착 시도

‘전략 연계형’ 기업은 ESG를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미래 경쟁력 확보, 리스크 관리, 신성장 동력 발굴의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단계에 있습니다. 경영진은 ESG를 중장기 전략과 기업 비전과 연계된 핵심 요소로 받아들이며, 이를 시장 요구와 내부 혁신을 연결하는 계기로 활용하려 합니다. 특히 ESG 관련 규제 강화, 공급망 기준 변화, 투자자 요구 증가 등이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행 역량과 내부문화는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아 실제 이행과 전략 간의 간극이 존재하는 과도기적 단계입니다.
사례

S사는 ESG를 단순한 보고 수준을 넘어 핵심 비즈니스 전략과 긴밀히 연계한 ‘전략 연계형’ 기업입니다.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의 결합’을 전략 비전의 중심에 두고, 203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효율 기술과 탄소 저감 솔루션 등에 전략적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ESG는 이사회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 사안으로 다뤄지며, 전담 조직과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우리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라는 확고한 입장 아래, ESG를 명확한 전략적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략적 통합이 조직 전반의 실행력까지 고르게 확산되지는 못해 일부 사업부에서는 선언과 실행 간 차이가 존재합니다. ESG 지표가 전사 KPI에 일부 반영되고 있으나, 인센티브 체계나 기업문화 차원에서의 내재화는 아직 미흡한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기업은 ESG를 중장기 전략과 연계해 미래 경쟁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도모하지만, 실행 역량과 조직문화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계획과 실제 실행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ESG 전략이 표면적으로만 존재하거나 일관성 있게 내재화되지 못해 성과가 미흡해질 위험이 있으며, 내부 구성원의 이해와 참여 부족으로 변화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규제 대응과 시장 요구에 집중하다 보면 본질적 가치 창출보다 단기 대응에 치중할 우려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ESG 전략과 KPI를 인사, 평가, 보상 등 실행 체계 전반에 통합하고, 각 부서별 ESG 책임자를 지정해 실적 공유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조직 내 책임을 확산해야 합니다. 또한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차원에 ESG 위원회를 설치해 의사결정 과정에 ESG를 반영하며, 전사적으로 ESG 목표가 실제 행동과 업무 방식에 연결되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피드백을 운영해 실행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ESG 내재형(ESG Embedded Type): ESG를 기업의 존재 목적이자 정체성으로 내재화

‘ESG 내재형’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존재 목적과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아, ESG를 사회·환경 문제 해결뿐 아니라 혁신적 비즈니스 기회 창출의 원천으로 인식합니다. 이들은 기업 철학과 ESG가 완벽히 일치하며, 산업과 사회의 전환기를 주도하는 선도적 역할을 자처합니다. 내부적으로는 ESG가 조직문화, 인재 채용, 평가·보상 체계 전반에 깊이 내재화되어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및 사회 변화에 적극 기여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이는 ESG를 단순한 관리 요소가 아닌 기업가치의 본질이자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축으로 인식한 결과입니다.
사례

I사는 카펫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1990년대부터 ‘Mission Zero(환경 발자국 제로)’라는 혁신적 비전을 선포하며,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 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친환경 소재 전환, 공급망 순환경제 도입,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해 ESG를 단순한 관리가 아닌 비즈니스의 핵심 혁신 동력으로 완벽히 체화한 선도적 'ESG 내재형' 기업의 대표 사례입니다. 전사 전략과 운영 전반에 ESG가 깊이 내재되어 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주도하며, 기업의 존재 목적 자체를 지속가능성에 뿌리내린 미래지향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I사의 경우처럼 ‘ESG 내재형’ 기업은 높은 기대치와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으로 인한 부담도 큽니다. 지속적인 혁신과 고수준의 ESG 성과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원과 역량 투입이 과도해질 수 있고, 내부 구성원 간 이견과 피로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규제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과 실행 리스크가 커지며, 혁신과 실행 간 균형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ESG 기준과 산업 규범을 선도적으로 제안·확산하는 산업 리더십 확대가 필요하며, 시민사회 및 정부와 협력을 강화해 공공 정책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단기 수익을 넘어서는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체계적으로 측정·보고하는 장기 성과 측정 체계 고도화,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국제 기준 수립 기여 등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ESG 리더십과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자사 여건에 맞춘 ESG 내재화 로드맵이 필요

ESG 전략 유형 구분은 기업이 자신의 ESG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현재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핵심은 ESG 활동의 양이 아니라 전략과의 연계 정도에 있으며,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ESG 전략을 단계별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리스크 대응형과 성과 중심형은 ESG를 외부 요구나 정량적 성과에 한정하는 경향이 강해 내부 문화와 리더십 부재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면 전략 연계형과 ESG 내재형은 ESG를 중장기 전략과 조직 철학에 통합해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ESG 내재형’ 기업은 ESG를 기업 존재 목적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삼아 산업과 사회 변화를 선도하지만, 높은 기대와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지속적 혁신 압박에서 오는 실행 부담과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기업은 자신의 ESG 성숙도와 역량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단순 성과 관리에 그치지 않고 조직문화, 리더십, 내부 역량 강화까지 병행해야 진정한 ESG 내재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SG 경영의 성공은 이해관계자 신뢰 구축, 산업 내 리더십 강화, 글로벌 협력 확대를 통해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꾸준히 확장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기업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 관점에서 ESG를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혁신과 실행 간 균형을 맞추며, 글로벌 기준과 협력 체계에 적극 참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더씨에스알 ESG 브리프는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실행에 필요한 글로벌 핵심 이슈를 분석해,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THE CSR ESG Research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