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SR ESG Issue Brief | vol.11 | December 2025
SUMMARY
최근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이 내년 1월에 발표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향후 ESG 공시 정책은 투자자를 위한 자본시장 공시의 범위를 넘어, 탈탄소 전환을 비롯해 전력 인프라 확충, 녹색금융, 기후테크 등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 전략과 연계된 ‘K-GX(녹색전환)’ 관점에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시 로드맵은 2027년 자율공시를 시작으로, 2028년부터는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2027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시를 수행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2027년부터 공시 체계 구축과 데이터 관리 등 사전 준비에 착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법정공시는 연결기준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와 상장·비상장 금융기관을 우선 대상으로 적용한 뒤,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아울러 공시 기준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선택하거나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는 경우 한국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기준 대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따라 공시하더라도 이를 KSSB 기준 공시로 간주하는 방안 역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1
이와 같이 한국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개 준비 중인 KSDS(Korean Sustainability Disclosure Standards)는 기존 ESG 보고와는 질적으로 다른 공시 체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KSDS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정보와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일관성·검증 가능성을 갖춘 공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KSDS 제2호는 기후 리스크와 기회를 지배구조–전략–위험관리–지표 및 목표의 구조에 따라 체계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제는 선택적 ESG 공시에서 규제 기반 의무공시 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보고서 형식을 조정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은 데이터 인프라, 조직 구조,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의사결정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하며, ESG·기후 정보는 더 이상 홍보 수단이 아니라 경영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편입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KSDS 대응은 공시 기준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 경영 방식 자체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본 내용은 ISSB 기반의 공시체계를 준용한 KSSB 기준으로 공시한 국내 금융기관 A사, 국내 통신업 B사, 그리고 ASRS(호주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기준으로 공시한 금융기관 C사의 사례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업종과 제도 환경에 따라 의무 공시 이전에 KSSB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할 핵심 대응 원리와, 향후 의무공시 시대에 요구되는 경영·데이터·리스크 체계의 방향성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A사는 기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유지하는 한편, 2021년부터 ISSB의 기반이 되는 TCFD 공시기준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왔으며, 2025년에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KSSB 공개초안(제1호·제2호)을 반영한 「2024 지속가능성 관련 KSSB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함으로써 새로운 공시 체계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ESG 공시 체계를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KSSB가 요구하는 공시 구조와 데이터 요건을 기존 보고 체계와 병행·정렬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전환을 시도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A사는 국내 금융기관 중 최초로 KSSB 공개초안을 반영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배구조–전략–위험관리–지표 및 목표라는 KSSB 공시 구조에 따라 지주사를 포함한 연결 대상 14개 관계사의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 대응 현황을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공개하였습니다. 본 보고서는 향후 법정 공시를 염두에 둔 예비보고서(preliminary report)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이해관계자와의 사전 소통을 통해 공시 체계의 정합성과 완성도를 제고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중요성 판단(materiality) 측면에서는 재무적 영향을 기준으로 ‘기후(Climate)’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가장 높은 재무적 영향을 나타낸 ‘금융소비자보호(Financial Consumer Protection)’를 핵심 이슈로 선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를 재무적 지속가능성과 직접 연결해 다룬 점은 금융업의 특성을 반영한 의미 있는 접근으로 평가됩니다.
기후 분야의 데이터 공시 측면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정합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A사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해 운영통제 접근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Corporate Value Chain(Scope 3)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와 PCAF 방법론에 따라 금융배출량을 포함한 Scope 3 배출량을 측정·공개함으로써 공시 투명성을 제고하였습니다. 기후 시나리오 분석은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시나리오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수행되었으며, 2030년·2040년·2050년을 기준 시점으로 설정해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단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신용·시장·운영 리스크 관리 체계에 반영되어, 기후 요인이 기존 전사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A사는 온도 등급(Temperature Rating, TR) 방식을 활용해, 2040년까지 차주의 직접 및 간접 배출(Scopes 1·2)은 1.75°C 수준으로, 공급망을 포함한 Scopes 1·2·3 배출은 2°C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2030년까지 기준연도 대비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32.8% 감축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K-Taxonomy 기반 ESG 금융 심사 체계 운영, 업종별 익스포저 조정, 전환금융 제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 목표를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금융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 구조에 연계하려는 시도로서 주목할 만합니다.
B사는 ‘2024년 KSSB 제2호 기후관련 공시’ 이전에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중심으로 기후 리스크를 관리해 왔으며, 2023년에는 ‘지속가능성 관련 IFRS S1·S2 보고서(Special Report)’를 별도로 발간하는 등 기후 요인이 재무 및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공시해 온 기업입니다. 이러한 선행 경험을 바탕으로, KSSB 제2호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독립 기후공시 보고서를 발간하며 공시 범위와 기준 정합성을 한 단계 확장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B사의 기후공시는 지배기업과 10개 종속기업을 구분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SASB 기준에서 요구하는 산업별 공시 항목을 함께 반영함으로써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의 영향 기간은 당기, 단기(FY+1), 중기(FY+2), 장기(FY+6~)로 구분해 설정하였으며,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사업계획 관점에서는 단기(FY+1) 및 중기(FY+2~5) 기간을 적용하는 등 공시 목적에 따라 시간 구분을 정교화한 점이 특징입니다.
연결회사 차원에서는 이상기온, 침수, 태풍, 산불을 주요 물리적 위험으로, 전기요금 및 배출권 가격 상승을 핵심 전환 위험으로 도출하였습니다. 특히 지배기업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이 IDC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하였으며, 냉각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전력 사용량 증가, 설비 손상, 운영 중단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로 제시하였습니다. 전환 위험 역시 IDC, 네트워크 장비, 통신 인프라 전반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온실가스 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기후 대응 전략 측면에서 지배기업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SBTi 권고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설정하여 2025년 5월 Near-term 목표 승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또한 IPCC SSPs(Intergover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를 활용한 기후회복력 평가를 통해, 급성 홍수·이상기온·가뭄·산불·태풍 등 물리적 재해가 연결회사 주요 자산에 미치는 연간 손실률을 분석한 결과, 이상기온이 전기요금 증가, 냉난방 설비 비용, 노동생산성 저하 등을 통해 전체 손실의 86%를 차지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운영통제 접근법을 적용하였으며, Scope 1·2는 ISO 14064-1(2018), IPCC 가이드라인, 배출권거래제 지침을, Scope 3는 Corporate Value Chain(Scope 3)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를 활용함으로써 측정 기준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C사는 지속가능성 및 기후 정보를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 통합해 공시하는 흐름을 유지하는 한편, ASRS(호주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에 따른 별도 기후보고서를 발간하며 제도 변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공시 구조는 기후 공시를 재무 보고 체계와 연계하면서도, 새로운 공시 기준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됩니다.
C사의 ‘2024 Climate Report’는 TCFD 구조를 기반으로 국가 전환 전략, 금융기관의 역할, 포트폴리오 감축 목표, 리스크 관리, 데이터·모델링 체계를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제시한 보고서로, 기후 공시를 전략·리스크·자본 배분과 직접적으로 연결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후 전략은 호주의 전력망 탈탄소화 등 국가 전환 경로를 전제로 수립되었으며, 금융배출 감축 목표 또한 이러한 전환경로와 연계되어 설정되었습니다.
특히 전환금융을 핵심 역할로 명확히 정의하고, Sustainability Funding Target(SFT)을 통해 전력, 광업, 교통, 건설, 상업용 부동산 등 주요 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금융배출의 67%를 차지하는 6개 핵심 섹터에 대해 부문별 감축 목표를 정량적으로 설정하고, IEA·IPCC 등 과학 기반 시나리오와 연계함으로써 목표 설정의 신뢰성을 강화하였습니다. 또한 대출 포트폴리오 내 비중과 배출 비중을 함께 공개하고, PCAF 기준을 적용해 금융배출 산정 범위를 전체 in-scope 여신의 약 95%까지 확대하였습니다.
기후 리스크 관리는 Group Climate Risk Materiality Assessment(CRMA) 체계를 통해 물리적·전환 리스크를 신용·시장·운영·전략 리스크와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Severe Physical 및 Severe Transition 시나리오를 활용해 3년·10년·30년 단위의 포트폴리오 영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산하 Risk 및 ESG 관련 위원회가 기후 이슈를 감독하고, ESG Credit Standard를 통해 신용 심사 과정에 기후·ESG 요인을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향후 별도 기후보고서를 연차보고서에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재무·비재무 통합 보고로의 전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 Pillar | A사 | B사 | C사 |
|---|---|---|---|
| ① 지배구조 (Govern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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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전략 (Strate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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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위험관리 (Risk Manage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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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지표 및 목표 (Metrics & Targe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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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B사, C사의 사례는 업종과 국가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KSSB 대응이 단순한 공시 작업이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을 재정렬하는 과정임을 공통적으로 보여줍니다. KSDS가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 정보와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을 요구함에 따라, 기업은 기후·지속가능성 이슈를 전략, 리스크 관리, 데이터 체계, 자본 배분 등 핵심 경영 요소로 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단계적 공시 로드맵 수립이 핵심 과제입니다. 초기에는 기존 지속가능성보고서에 KSSB 기준을 보완, 정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별도 기후공시 보고서를 통해 전략·리스크·지표 간 정합성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이는 공시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둘째, TCFD 기반 정보 구조의 재정렬이 요구됩니다. KSSB 제2호가 제시하는 지배구조–전략–위험관리–지표 및 목표 체계에 따라 ESG·기후 정보를 재구성하고, 이사회 역할, 기후 영향 분석, ERM 연계, 목표 설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공시의 형식이 아니라, 정보 구조 자체를 경영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셋째,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입니다. Scope 1·2·3 산정 기준, 데이터 소스와 가정, 내부통제 절차를 명확히 하고, 시나리오 분석 등 정량 평가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공시의 신뢰성과 품질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KSSB 체계 하에서는 데이터의 정합성과 추적 가능성 자체가 기업의 관리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궁극적으로 KSDS는 보고 체계 조정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미래 전략을 재설계하는 촉매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기후 리스크를 의사결정 요소로 내재화하고, 산업별 전환경로를 구체화하며, 데이터 기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한 기업은 변화하는 공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형식적 요건 충족에 머무를 경우,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KSDS 시대의 보고서는 기업 활동을 나열하는 문서를 넘어, 전환 방향과 리스크·기회 관리 방식을 제시하는 전략 문서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KSDS는 규제적 요구이자 동시에 기업이 전략과 경쟁력을 재구성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이며, 기업은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